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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다크 나이트 라이즈 리뷰|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영웅이 될 수 있다

by 93꼰대갬성러 2024. 4. 16.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2012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 나이트>를 거쳐 이어진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가 이 작품에서 마침내 끝을 맺는다.

전작 <다크 나이트>가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기억되는 영화라면,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다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인물은 배트맨도, 베인도 아닌 고든이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배트맨이라는 영웅을 만들어낸 또 다른 영웅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사라졌던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하비 덴트가 저지른 범죄를 자신이 뒤집어쓴다.

고담 시민들에게 정의의 상징이었던 하비 덴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배트맨이 악당이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로부터 8년.

고담은 덴트법을 통해 이전보다 평화로운 도시가 되었지만 브루스 웨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랑했던 레이첼을 잃었고 배트맨으로 활동할 이유마저 사라지면서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런 고담에 새로운 적 베인이 등장한다.

베인은 단순히 강한 악당이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배트맨을 압도하고, 고담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려 한다.

결국 다시 배트맨으로 돌아온 브루스 웨인은 베인과 맞서지만 처참하게 패배한다.

추락한 배트맨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

베인에게 패배한 브루스는 깊은 지하 감옥에 갇힌다.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감옥에서의 탈출 과정이다.

브루스는 몸을 회복하고 몇 번이나 감옥을 탈출하려 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힘이나 기술이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안전장치인 밧줄을 몸에 묶고 뛰어오를 때는 계속 실패하지만, 마지막에는 밧줄을 풀어버린다.

떨어지면 죽는다.

그 두려움을 다시 받아들인 순간 브루스는 마침내 감옥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다시 고담으로 돌아온다.

배트맨이 육체적으로 강해지는 장면이라기보다 모든 것을 잃었던 브루스 웨인이 다시 살아갈 의지를 되찾는 과정처럼 느껴져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고담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 배트맨

고담으로 돌아온 배트맨은 고든, 셀리나 카일, 존 블레이크 등과 함께 베인에게 점령당한 도시를 되찾기 위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베인을 쓰러뜨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고담에는 이미 핵폭탄이 남아 있었고 폭발까지 남은 시간도 얼마 없었다.

결국 배트맨은 폭탄을 자신의 비행체에 연결한다.

그리고 고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바다로 가져가기로 한다.

사실상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바로 이 순간 고든과 배트맨이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고든은 적어도 고담 시민들이 자신들을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을 전한다.

그러자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영웅이란 반드시 거창한 일을 해야만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아이의 어깨에 외투를 덮어주고 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작은 행동 역시 누군가에게는 영웅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말을 남긴다.

그 말을 들은 고든의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다.

브루스 웨인.

배트맨에게도 영웅이 있었다

이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편인 <배트맨 비긴즈>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 브루스 웨인은 부모가 살해당한 뒤 경찰서에 앉아 있었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아이에게 세상은 말 그대로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그때 어린 브루스에게 다가온 경찰이 있었다.

바로 젊은 시절의 짐 고든이었다.

고든은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범죄자를 물리친 것도 아니고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구한 것도 아니다.

부모를 잃고 두려움에 빠져 있는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며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브루스는 그 작은 친절을 평생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고든에게 그 기억을 돌려준다.

그제야 고든 역시 배트맨의 정체를 깨닫는다.

이 장면 때문에 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정말 좋아한다.

고담을 수없이 구했던 배트맨에게도 어린 시절 자신에게 희망을 줬던 영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영웅은 초능력자도, 억만장자도 아니었다.

그저 한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평범한 경찰이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영웅'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창한 모습을 떠올린다.

수많은 사람을 구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거나 악당을 물리치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영웅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작은 친절과 배려의 힘을 쉽게 지나친다.

별것 아닌 위로나 말 한마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무심코 건넨 작은 친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고든 역시 어린 브루스에게 자신이 얼마나 큰 존재가 되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는 수십 년이 지나서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이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정말 좋았다.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차이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여전히 <다크 나이트>를 먼저 이야기할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선택하고 싶다.

두 작품은 같은 배트맨 시리즈지만 개인적으로 전달받은 메시지는 조금 달랐다.

<다크 나이트>가 정의와 악,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영화였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한 인간이 절망에서 다시 일어나는 과정과 희망의 의미를 보여주는 영화에 더 가깝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완성하는 사람이 바로 고든이다.

배트맨의 진짜 영웅은 고든이었다

결국 브루스 웨인은 살아남는다.

배트맨으로서의 삶을 끝내고 셀리나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알프레드 역시 자신이 바라던 모습으로 살아가는 브루스를 발견하고 조용히 눈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고담에는 배트맨의 동상이 세워진다.

고담 시민들에게 배트맨은 도시를 구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배트맨에게도 영웅이 있었다.

 

어린 시절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하고 있던 자신에게 외투를 덮어주고 작은 위로를 건넸던 경찰 짐 고든이다.

그래서 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볼 때마다 마지막 장면을 기다린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이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되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거창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가장 힘든 순간에 작은 희망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메시지 때문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