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로봇, 소리>는 2016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배우 이성민이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김해관을 연기한다. 채수빈이 딸 유주 역을 맡았으며 이희준, 이하늬 등이 출연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로봇 '소리'의 목소리는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처음에는 사람의 목소리를 추적하는 로봇과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로봇보다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특히 실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거운 영화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딸을 찾아다닌 아버지
2003년, 김해관의 하나뿐인 딸 유주가 갑자기 사라진다.
아무런 단서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관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딸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말하지만 해관은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그러던 중 해관은 우연히 '소리'라는 로봇을 발견한다.
소리는 사람들의 통화 내용을 듣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봇이다. 해관은 소리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그동안 찾지 못했던 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과 로봇의 조금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몰랐던 딸의 모습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해관이 딸의 흔적을 찾아갈수록 자신이 알고 있던 딸과 실제 딸의 모습이 조금씩 달랐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해관은 상당히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하지만 딸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유주가 대학에서 음악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비롯해 자신에게 말하지 못했던 딸의 여러 모습을 하나씩 알게 된다.
아버지는 딸을 사랑했지만 정작 딸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유주의 전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해관은 자신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유주는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10년 동안 딸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 붙잡고 전국을 돌아다녔던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다.
마지막에야 듣게 된 딸의 목소리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장면은 따로 있다.
영화 후반부 해관과 소리는 국정원과 미군의 추적을 받게 되고 결국 함께 바다로 추락하게 된다.
그 순간 소리는 과거 유주가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남겼지만 해관이 듣지 못했던 음성 메시지를 들려준다.
딸이 마지막 순간 아버지에게 남긴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해관은 자신이 딸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미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고 이제는 아무리 후회해도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장면이 더욱 슬프게 느껴졌다.
영화 제목이 왜 '로봇, 소리'인지도 이 장면을 보고 나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소리는 단순히 사람을 추적하는 기계가 아니라 해관이 끝내 듣지 못했던 딸의 목소리를 다시 전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나는 영화
나는 개인적으로 슬픈 영화나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영화관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다. 기억나는 작품을 꼽아봐도 <국제시장>, <노량: 죽음의 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정도다.
그런데 <로봇, 소리>는 정말 많이 울면서 봤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영화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그중에서도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에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것 같다.
특히 채수빈이 연기한 유주의 마지막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미 무슨 장면이 나올지 알고 있는데도 마지막 음성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하면 여전히 눈물이 난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
<로봇, 소리>에는 SF와 코미디 요소도 들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국 '후회'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 있을 때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딸,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다.
실제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극의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마음 역시 가볍지만은 않다.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영화 속 유주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로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의 가족 이야기와 함께 실제 사고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의 슬픔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로봇, 소리를 추천하는 이유
화려한 SF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한국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뒤늦은 후회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나 역시 가끔 마음이 울적하거나 그냥 혼자 술 한잔하면서 시원하게 울고 싶은 날이면 이 영화를 다시 보곤 한다.
몇 번을 봤는데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항상 비슷한 곳에서 눈물이 난다.
어쩌면 <로봇, 소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가족과 후회에 관한 영화를 찾고 있거나, 혼자 조용히 눈물 흘릴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로봇, 소리>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 천문 줄거리·결말 해석|장영실은 왜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0) | 2024.04.18 |
|---|---|
|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줄거리·결말|지금 봐도 재미있는 추억의 모험영화 (0) | 2024.04.16 |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리뷰|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영웅이 될 수 있다 (0) | 2024.04.16 |
| 영화 다크 나이트 리뷰|내 인생 최고의 영화, 조커가 던진 '정의란 무엇인가' (0) | 2024.04.16 |
|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리뷰|학익진으로 임진왜란의 흐름을 바꾼 한산도 대첩 (0)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