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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리뷰|학익진으로 임진왜란의 흐름을 바꾼 한산도 대첩

by 93꼰대갬성러 2024. 4. 16.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2022년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에서는 최민식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했고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했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박해일 배우가 조금 더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다.

세 작품 모두 이순신 장군을 다루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개인적으로 재미만 놓고 본다면 <명량>이나 <노량>보다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한산도 대첩이라는 전투 자체를 이해하고 이순신이 어떻게 압도적인 승리를 만들어냈는지를 보는 재미는 확실한 영화였다.

조선이 연이어 무너지던 임진왜란 초기

영화의 배경은 임진왜란이 시작된 1592년이다.

왜군은 부산에 상륙한 이후 빠른 속도로 북상했고 조선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양까지 함락되면서 선조는 피란길에 올랐고 육지에서는 조선군의 패배가 계속됐다.

영화 초반에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이 강조된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일본 수군을 상대로 계속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패배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바다에서는 조선도 일본군을 상대로 충분히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정점에 한산도 대첩이 있었다.

영화 한산의 이순신은 조금 다르다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이순신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명량>의 이순신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장군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냉정하게 전장을 분석하고 승리할 방법을 찾는 지휘관의 이미지가 강하다.

큰 목소리를 내거나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자신의 함대를 어떻게 움직일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래서 영화 역시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을 준비 과정에 사용한다.

 

적장을 분석하고, 조선 수군의 전력을 점검하고, 거북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한다.

처음 볼 때는 이 과정이 조금 느리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명량>이나 <노량>과 비교하면 초중반의 재미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후반부 해전이 시작되고 나면 앞에서 보여준 준비 과정이 왜 필요했는지 알 수 있다.

한산도 앞바다에 펼쳐지는 학익진

<한산: 용의 출현>의 핵심은 역시 학익진이다.

학이 날개를 펼친 것처럼 함대를 넓게 배치한 뒤 적을 포위하고 화력을 집중하는 진형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도 단순히 이순신이 명령을 내리자 순식간에 학익진이 완성되는 식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좁은 견내량에 있는 일본 함대를 넓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야 했고, 각 함선이 정확한 위치로 움직여야 했다.

특히 와키자카는 조선 수군이 진형을 완성하기 전에 빠르게 접근해 무너뜨리려고 한다.

 

여기서 조선 수군이 오랫동안 훈련해왔다는 점이 드러난다.

거대한 판옥선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마침내 바다 위에 거대한 반원 형태의 진형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포격이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한산>에서 가장 좋았다.

이순신의 승리를 한 명의 천재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기적처럼 표현하기보다는 지휘관의 판단과 장수들의 역할, 병사들의 훈련이 합쳐진 결과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북선은 왜 등장만으로도 강렬했을까

영화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역시 거북선이다.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조선 수군이 위기에 빠진 순간 거북선이 등장한다.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 왜선을 공격하는 거북선의 모습은 영화적으로 상당히 강렬하게 표현됐다.

특히 나대용이 설계한 새로운 형태의 거북선까지 등장하면서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를 담당한다.

어릴 때 역사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판옥선과 거북선이 실제 바다 위에서 움직이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대형 영화로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은 거북선 자체보다 조선과 일본 수군이 싸우는 방식의 차이였다.

영화 속 일본군은 빠르게 접근한 뒤 조총을 사용하고 상대 함선에 올라타 백병전을 벌이려 한다.

반대로 조선 수군은 판옥선의 화력과 기동을 이용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포격한다.

결국 한산도 대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거북선이라는 강력한 무기 하나가 아니라 조선 수군 전체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전투를 끌고 갔다는 점이다.

와키자카 역시 무능한 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전쟁영화에서 아군의 승리를 강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을 무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한산>에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그렇게 묘사하지 않는다.

변요한 배우가 연기한 와키자카는 상당히 공격적이면서도 전투 경험이 많은 장수로 등장한다.

 

이순신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파악하려 하고 조선 수군이 학익진을 완성하기 전에 공격하려 한다.

상대 역시 나름의 판단과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순신의 승리가 더욱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변요한 배우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

박해일의 이순신이 차분하고 절제된 인물이라면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훨씬 공격적이고 거친 인물이라 두 지휘관의 대비가 확실하다.

한산도 대첩이 중요했던 이유

한산도 대첩은 흔히 임진왜란의 중요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배우지만 영화로 보면 그 중요성이 조금 더 쉽게 다가온다.

육지에서 일본군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다까지 일본군이 장악했다면 전쟁의 상황은 조선에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의 연이은 승리는 일본 수군의 활동을 제약했고, 한산도 대첩은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승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도 조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육지에서는 왕이 피란을 거듭하고 군대가 무너지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 상황에서 이순신과 조선 수군은 바다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대규모 해전이 더욱 통쾌하게 느껴졌다.

명량, 한산, 노량 중 한산은 어떤 영화일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모두 본 입장에서 개인적인 재미만 따지면 <한산: 용의 출현>이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니다.

<명량>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긴장감이 강했고,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라는 점 때문에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반면 <한산>은 조금 더 전략과 전술에 집중한 영화라고 느꼈다.

그래서 초반부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반부 해전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특히 학익진이 완성되고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일제히 포격을 시작하는 장면은 세 작품을 통틀어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이순신의 압도적인 승리를 보고 싶다면

<한산: 용의 출현>은 단순히 거북선이 등장하고 일본 수군을 물리치는 영화만은 아니다.

전투를 앞두고 상대를 분석하는 과정부터 적을 원하는 장소로 끌어내고, 함대를 움직여 진형을 완성한 뒤 조선 수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까지 하나씩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용맹한 장수라기보다 냉정한 지휘관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명량>이나 <노량>보다 재미는 조금 떨어졌지만 이순신 3부작을 본다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사를 좋아하거나 한산도 대첩과 학익진이 실제 전투에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한산도 대첩을 몇 줄로 배운다.

하지만 그 몇 줄의 기록 뒤에는 전투를 준비하고, 적을 끌어내고, 수많은 함선을 정확하게 움직여 하나의 거대한 진형을 만들어낸 과정이 있었다.

<한산: 용의 출현>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그 과정을 거대한 해전으로 직접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